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Reverie

Reverie

"말은 그저 내 안의 태양을 비추는 거울일 뿐."

지음 2025-04 • ❤️ 854 좋아요

님의 작품 Reverie

거울이 있는 실내

은빛 거울은 아무 흔적 없이 바라본다, 내가 데려온 지친 영혼만을 비출 뿐. 그런데도 나는 새벽마다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어떤 깊은 절망이 거기 매달려 있는지 궁금해한다. 유리 속에서 낯선 이를 열 명은 보았다, 어느 지친 눈이 내 것인지 나도 모른다. 내가 지나갈 때 그들은 가장자리에 모여들어 소금물 속에 부서진 초상 하나를 남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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재고 조사

오늘 하루의 짐을 헤아려 보자. 억지로 지어야 했던 부서질 듯한 미소 하나, 지친 사람들이 하는 지친 농담 하나, 나를 아프게 하는 무거운 감정 하나. 장부는 결코 이 아픔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. 나는 짓누르는 빚을 어둠 속으로 끌고 간다. 그리고 내 애씀이 헛되다는 걸 알면서도 불어나는 이자가 자국을 남기도록 내버려 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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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석 달린 자아

나는 평생 접힌 쪽지들을 읽으며 살았다, 내가 쓰지 않은 책의 여백들을. 밤에 어떻게든 얼개를 세워 보려는 서로 이어지지 않는 인용문 더미를. 내 삶의 본문은 누가 썼을까? 내 눈에는 옆에 적힌 낙서만 보인다. 내 고투를 어수선하게 엮어 놓은 것, 그 속에서 본문의 작가는 숨기를 택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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무대 지시문

막이 오른다. 소심한 자아가 걸어 들어온다. 오지 않은 관객이 텅 빈 객석을 남겨 두었다. 나는 내가 시작하는 어색한 장면을 연기한다, 먼지 낀 어둠 속을 조심스레 더듬으며. 배우가 나간다. 그는 무대 옆으로 사라진다. 청소하는 이들이 밤의 극장을 쓸어 낸다. 지친 대역은 끝내 노래하지 못한 채, 빛의 경계 바깥에서 기다린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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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역

그녀의 대사와 한숨을 낱낱이 익혔다, 사람들이 모여 삼키려 드는 바로 그 말들을. 나는 정확히 그 자리를 짚고, 왜냐고 묻지 않으며, 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마법을 남김없이 건넨다. 그러나 무대 옆 그림자 속에서 기다리는, 끝내 무대에 서지 못한 자아가 하나 있다. 그녀가 노래하는 걸 지켜보는 조용한 유령, 끝나지 않는 이 우리에 지쳐 버린 유령이. 어느 저녁, 주역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. 나는 용서를 모르는 그 빛 속으로 걸어 나가겠지. 그리고 객석의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, 마침내 대역이 제대로 해냈다는 것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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